[언어 발달 시리즈] 1편 – 말이 늦는 아이, 왜 그런 걸까?
[언어 발달 시리즈] 1편 – 말이 늦는 아이, 왜 그런 걸까?
말이 늦는 아이를 둔 부모의 걱정, 정말 많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문장을 이야기하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도 ‘맘마’만 말해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자꾸 들어요.”
말이 늦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조급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녀가 24개월이 지나도 단어 수가 적거나 문장을 만들지 못할 경우, ‘이게 정상인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사고력, 감정 표현, 사회성 발달과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발달 영역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말이 늦는 아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경우에 언어 지연을 의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부모로서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유아의 언어 발달은 어떤 과정을 거칠까?
언어 발달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되며, 초기에는 주로 듣기와 발성 연습이 중심이 됩니다. 생후 6개월까지는 옹알이를 하며 소리에 반응하고, 부모의 말소리를 따라 집중합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주변의 음성 자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언어 체계를 구축할 준비를 하게 됩니다.
12개월이 되면 아이는 ‘맘마’, ‘빠빠’ 같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특정 단어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후 18개월 전후에는 10개 이상의 단어를 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름을 부르면 고개를 돌리거나, 자기가 원하는 사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표현하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24개월이 되면 대체로 100개 이상의 단어를 구사하며, ‘엄마 줘’, ‘나 물’ 같은 2단어 조합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 36개월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간단한 문장을 구사하고,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언어 능력의 증가는 단어 수의 증가뿐 아니라 어휘 선택, 문장 구조, 의사소통 방식에도 큰 변화를 동반합니다.
말이 늦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말이 느린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언어 지연인지 단순한 발달 속도의 차이인지는 구분이 필요합니다. 언어 지연이란 아동이 또래 평균에 비해 언어 이해나 표현 능력이 상당히 뒤처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단어 수가 적거나 문장을 잘 만들지 못하는 것뿐 아니라, 언어적 소통의 시도 자체가 부족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생후 24개월이 되었음에도 단어 수가 50개 이하이거나, 의미 있는 두 단어를 조합하지 못한다면 이는 언어 발달 지연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사람보다 사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거나, 말 대신 울거나 소리치는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눈 맞춤을 하지 않고 상호작용을 회피하는 등의 행동도 언어 발달과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늦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이 늦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며, 크게는 생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신경 발달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개인차에 의한 경우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고유의 발달 속도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 아이들은 언어보다는 운동 발달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언어 능력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따라잡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청각 문제입니다.
언어는 듣는 것이 선행되어야 습득이 가능합니다. 만약 아이가 만성적인 중이염을 앓았거나 청각에 문제가 있어 주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언어 입력이 제한되어 말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소리에 무관심하다면 청력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같은 신경 발달적 원인입니다.
이 경우 말이 늦는 것을 포함하여, 눈 맞춤을 피하거나,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기피하는 등 여러 발달 영역에서 지연을 보입니다. 언어 지연이 단독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사회성과 감정 표현에서도 함께 어려움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양육 환경의 영향입니다.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TV, 스마트폰 등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언어 자극이 적어 언어 발달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방적인 영상 시청은 언어 표현보다 수동적인 반응만 유도하므로 언어 능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확인해야 할 언어 지연의 신호들
언어 지연 여부는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하지만, 부모가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몇 가지 신호들도 존재합니다. 다음과 같은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 시 조기 개입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18개월이 지나도 말할 수 있는 단어가 5개 이하인 경우
24개월이 되어도 두 단어로 문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
아이가 말 없이 울음이나 행동으로만 의사 표현을 하려는 경우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거나,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경우
소리에 민감하지 않거나, 같은 단어/소리만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우
또래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거의 없고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
이러한 행동이 단기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고, 다른 발달 영역에서도 문제를 보인다면 조기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말이 늦은 아이를 위한 부모의 실천 팁
말이 늦다고 해서 반드시 언어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언어 발달은 부모의 관심과 적절한 자극으로 충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언어 자극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첫째, 자주, 많이 말 걸어주세요.
아이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건 물이야. 엄마가 물 줄게.”처럼 상황에 맞는 문장을 지속적으로 들려주면 아이의 언어 입력이 증가하게 됩니다.
둘째, 그림책 읽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세요.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반복되는 책을 선택해 아이가 내용을 예측하고 말로 따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을 가리키며 “이건 뭐지?”, “토끼가 뭐하고 있어?” 같은 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셋째, 아이의 표현에 확장 반응하기.
아이가 “물!”이라고 하면 “물이 마시고 싶구나. 엄마가 물 줄게”와 같이 그 말을 더 풍부한 문장으로 확장시켜주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새로운 표현과 문장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넷째, TV보다 부모와의 대화를 늘리세요.
언어는 ‘듣기’보다 ‘소통’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아이와의 눈 맞춤, 반응, 상호작용이 풍부할수록 언어 능력은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시점
만약 아이의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확연히 늦고, 부모의 언어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언어치료 센터, 발달 클리닉에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언어 이외에도 정서적 반응, 행동 패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문제가 함께 나타난다면 조기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어 발달 문제는 빠르게 발견하고 적절하게 개입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후의 인지·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마무리하며 – 늦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할 이유
말이 늦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걱정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언어 발달은 아이마다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많은 경우 적절한 자극과 환경 개선만으로도 큰 진전을 보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불안해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나름대로 세상을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부모는 그 표현의 문을 여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아이의 언어는 부모의 언어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편 예고
👉 [언어 발달 시리즈] 2편 – 말문 트이는 시기와 부모의 역할
다음 글에서는 아이가 본격적으로 말문을 트는 시기와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놀이법과 실천 전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