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발달 시리즈] 2편 – 말문 트이는 시기와 부모의 역할
[언어 발달 시리즈] 2편 – 말문 트이는 시기와 부모의 역할
아기의 말문은 언제 트일까요? 말 트이는 시기와 단계별 언어 발달 특징을 설명하고, 부모가 아이의 언어 능력을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실천 방법을 전문가 관점에서 안내합니다.
1. 말문이 트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말문이 트인다’는 표현은 아기의 언어 발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단어를 하나둘 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의사소통 수단으로 언어를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와 능력이 본격화되는 시기를 말하죠.
이 시기에는 아이가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질문에 대답하거나 자신의 의도를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집니다. 생후 18~36개월 사이에 급격하게 언어 능력이 성장하며,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본격적으로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문이 트이는 시점은 아이마다 다르고, 타이밍에 따라 격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의 언어 발달 과정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한 언어 자극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2.말문 트이는 시기 – 평균과 개인차
대체로 아이는 생후 12개월 무렵부터 의미 있는 단어를 하나씩 말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맘마", "빠빠", "까까"처럼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이 처음 언어로 등장하죠.
생후 18개월이 되면 단어 수가 10~50개로 늘어나고,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려는 시도를 보입니다. 이 무렵부터 "엄마 줘", "나 물" 같은 2단어 조합 문장이 등장하며, 이를 보통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시기로 봅니다.
24개월 이후에는 문장 구조가 더욱 정교해지고, 단어 수는 200~300개 이상으로 확장되며, 3세가 되면 질문을 하거나, 부정 표현을 사용하며, 감정이나 사고를 언어로 설명하는 단계까지 나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아이는 15개월에도 또박또박 말을 하고, 어떤 아이는 30개월이 넘어서야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개인차입니다. 따라서 평균 시기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언어 사용의 의도와 상호작용의 질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3.말문이 늦게 트일 수 있는 원인들
1) 부모와의 상호작용 부족
부모가 말을 많이 걸지 않거나, 일방적인 지시·명령형 대화가 많은 경우 아이의 언어 자극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TV나 스마트폰 위주의 자극은 아이가 ‘듣는 경험’은 많지만 ‘소통하는 경험’이 적게 됩니다.
2) 청각 자극의 결핍
중이염 등으로 인해 반복적인 청력 문제가 있는 경우, 아이는 소리 자체를 정확하게 듣지 못하므로 언어 습득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3) 내향적인 기질
말이 늦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질적으로 신중하거나 관찰 중심적인 아이들은 말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말을 트기 시작하면 빠르게 따라잡는 경우도 많습니다.
4) 언어 자극 환경의 편향성
형제 자매가 너무 많거나, 반대로 외동이라 또래와의 언어 상호작용 기회가 적을 때도 언어 발달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아이는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새로운 단어와 표현 방식을 배우게 됩니다.
4.부모가 말문을 열어주는 방법
말문이 트이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보다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 말 걸기, 상황 중심으로
일상 속 모든 상황이 언어 교육의 기회입니다. 아이에게 설명하듯 말을 걸어보세요.
“엄마가 밥을 퍼줄게”
“이건 사과야. 빨갛고 동글동글해”
“비가 와서 우산을 써야 해”
이런 설명식 언어는 아이가 상황과 단어를 연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 그림책은 최고의 언어 교재
반복적으로 읽기 좋은 책,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한 책, 이야기가 짧은 책이 좋습니다. 특히 페이지를 넘기며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이건 뭐야?”
“토끼가 지금 뭐하고 있니?”
“어디로 도망갔을까?”
이런 대화는 아이가 생각하고 말하도록 도와주는 언어 자극입니다.
🧸 역할놀이, 상황놀이 활용
아이와 함께 소꿉놀이, 병원놀이, 마트놀이를 해보세요. 역할을 맡고 상황을 설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게 됩니다.
“선생님, 주사 맞을 준비 됐어요!”
“이거 얼마예요?”
“여기 계산이요~”
놀이는 가장 효과적인 언어 훈련 도구입니다. 놀이 중 사용하는 단어는 실제 상황과 연결되어 더 오래 기억됩니다.
🔄 아이의 말에 반응하고 확장하기
아이가 “물!”이라고 하면, “물 마시고 싶어? 엄마가 물 줄게”처럼 대답해보세요. 이처럼 아이의 말을 더 긴 문장으로 확장시켜주는 것은 말 트이는 데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를 ‘확장 반응법’이라고 부릅니다.
🎵 동요와 율동으로 언어 자극
리듬이 있는 언어는 아이의 기억과 언어 체계에 더 쉽게 들어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요를 따라 부르고 손으로 표현해보면 언어와 신체 표현이 동시에 발달합니다.
5.절대 하지 말아야 할 부모의 반응
말이 늦다고 해서 아이에게 압박을 주거나, 비교하는 말은 금물입니다.
❌ “왜 말 안 해?”
❌ “너는 왜 형처럼 못해?”
❌ “지금 말 안 하면 안 사줄 거야”
이런 말은 아이의 언어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언어 표현을 억제하는 부정적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아이는 언어를 통해 소통의 즐거움을 느껴야 합니다. 말을 잘하게 하려면 먼저 말하고 싶게 만들어야 합니다.
6.말 트이기 전이라도 주목해야 할 행동 신호
말문은 아직 트이지 않았지만, 아래와 같은 행동이 있다면 아이는 ‘언어의 준비기’를 잘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말소리에 즉각 반응한다
손짓, 몸짓, 눈빛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부모와 눈을 자주 마주친다
놀이를 통해 소리를 내거나 흉내를 낸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다
이러한 행동은 말문이 트이기 직전 단계로, 부모가 언어 자극을 계속 유지해준다면 곧 본격적인 말하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7.말 트이기 위한 환경,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아이의 말문을 트이게 하기 위한 환경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핵심은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식사할 때 대화하기
산책하며 주변 설명해주기
목욕하면서 몸 부위 이름 알려주기
장난감 이름을 반복해서 말해주기
질문하고, 기다리고, 대답해주기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대화가 언어 발달의 가장 큰 자극이 됩니다.
8.마무리 – 말문은 환경이 연다
말문이 트이는 시기는 단순히 시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와 얼마나 소통하는가,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걸어주는가, 언어를 표현할 기회를 주는가에 따라 차이는 큽니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에 반응하고, 아이가 말을 시도할 때 기다려주는 태도는 말 트이기의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아이는 말을 배우는 존재이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말하고 싶은 존재입니다.
‘아이의 말문을 여는 열쇠는 부모의 말입니다.’
🔜 다음 편 예고
👉 [언어 발달 시리즈] 3편 – 언어 발달 장애와 언어 치료,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언어 지연과 언어 장애는 어떻게 다를까요? 병원에 가야 하는 시점, 언어 치료의 실제 효과와 절차를 전문가 관점에서 소개합니다.